때로는 유익한, 때로는 흥미있는 주제로 글을 씁니다.

Australia/Manjimup

[호주워킹홀리데이] 16. 호스텔에서 나오는 과정.

에디오 2010. 11. 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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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퍼스에 도착하고 몇 일 안되어 한인 쉐어하우스에 자리를 잡고, 일을 구하려고 하지도 않고 마냥 퍼스 구경을 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농장을 가서 세컨비자부터 획득해 놓을 심산이었기에 언제 농장으로 갈까 생각만 하던 나날이었다. 
장소는 막연히 펨버튼을 생각하고 있었다. 위치만 정하고 다른 계획은 없었다.-_-

그러던 나날 중 10월 초, 작년 7월에 호주에 온 군대후임 '제이미' 와 연락이 되어 퍼스에서 만났다. 노스브릿지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제이미 : "너 세컨비자 딸겨?" 
나 : "응 바로 농장가려고"

제이미 : "그럼 맨지멉으로 가. 내가 호스텔 하나 알려줄게. 거기가면 100% 일할 수 있어."
나 : "진짜? 오케이 콜!"

제이미 : "그리고 농장 하나 알려줄게. 'Newton Brothers Orchards' 라는 농장인데, 나는 여기 컨택되서 3주 여행갔다오고 일 시작할겨. 
             여기가 돈벌기 짱이여~.  근데 여기는 인터넷으로만 지원받는데, 지금은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지원이 안될겨. 
             매일 홈페이지 체크해서 지원햐. 난 맨지멉 타운에 렌트할꺼니까 만약 너 되면 우리 집으로 들어와."
나 : "오오오! 알았어!!"


이렇게 나는 맨지멉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쉐어하우스 마스터누나에게 2주 노티스를 줬고, 10월 22일 맨지멉에 가게 되었다.
맨지멉으로 가기 전, 매번 뉴튼 농장 홈페이지를 확인했는데 10월 중순부터 지원받는다고 써있는데 계속 지원하는게 안되서 그냥 메일을 보냈다.
얼마 후 답변이 왔는데, 보니까 그냥 자동으로 날라오는 답변메일이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는 11월 초부터 지원받는다고 바꼈다.
근데 이 때 내가 메일을 보낸 것이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짓이다.ㅋㅋ

맨지멉의 그 호스텔에서 지내며 일을 하던 중, 10월 30일에 할로윈데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데 주인장 나오미가 나보고 얘기할게 있다고 부른다.
얘기인 즉슨. 뉴튼에서 전화가 왔는데, 내가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스텔에 계속 머무르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서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11월 1일에 10불에 1시간 40분짜리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메일을 체크하는데, 뉴튼에서 메일이 와있었다.
메일 내용은 짤막했다.

Hi Eddie

Thanks for your email. We are not starting any workers yet, but I have put you on a list. We will slowly start workers during November – I have your number, so I will call!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됐다! 된 것이다!! 난 역시 운이 좋아!! 하며 내 운을 스스로 감탄하였다-_-;;

그렇게 뉴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 내가 여기 호스텔에서 머물 필요가 없어져서 주말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목요일에 주인장에게 나간다고 말했더니, 졸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뭐라뭐라 말하는데 무슨 얘긴지 못알아 들었다. 나중에는 다시는 여기 올 생각하지 말고 내 친구도 데려올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얘기를 끝냈다. 헐. 뭥미?

금요일이 되서 일을 하고 돌아오던 중 주인장이 오늘 나가라고 한다. 이런 썅.-_- 그래서 얼른 제이미한테 전화해서 오늘 나가니 데리러 오라고 했다.

짐을 싸고 갈 준비를 맞추고 제이미에게 지금 오라고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대만인 조이가 날 부른다. 제이미 여자친구한테 부탁받았다고 자기가 데려다 준다고 한다. 응 땡큐 언제갈꺼야? 했더니 먼저 짐을 차에 실어놓고 7시 반쯤 눈치봐서 나가자고 한다. 내가 안좋게 나가니 나를 도와주는걸 주인장이 알게되면 곤란할것 같다고 그런다고 한다. 허허. 이게 뭔 시츄에이션. 거의 007 작전 수준으로 여기를 빠져나왔다.-_-;

보니까 다들 그 주인장 나오미한테 완전 쩔쩔매며 눈치보면서 살고 있었다. 나오미한테 찍히면 일을 안준다나?
하 존나 어이없다. 이렇게 눈치보면서 살고 싶나? 호주에 농장일 할 수 있는 곳이 맨지멉 여기 호스텔뿐인가? 짜증이 확 났다. 나같으면 이렇게 지낼바에는 딴데로 가거나 돈 없으면 한국을 가버리던가 할 것이다.-_- 

그리고 또 열받는게 한국인 동생 J와 S누나가 약간 내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미리 농장 슈퍼바이저한테 얘기를 하고 말하던가, 나오미한테 직접적으로 나 나갈꺼야 말고 나가도 되냐고 물어봐야 됐을꺼라고 말하지 않나..
아니 내가 내 힘으로 농장에 들어간건데 왜! 내가 왜!! 내가 일 구한거니 나가겠다고 당당하게 왜 말을 못해!!

얘기를 들어보니 뉴튼에서 나오미한테 전화를 해서(내가 여기 사니까) 나 어떻냐고 물어봐서 좋은 애다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 모양이다.
당연히 좋게 말했겠지, 나 여기 머물게 할려고.
근데 난 이미 리스트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고!!  내가 여기 안살았어도, 그런 얘기 안해줬어도 난 일하게 되었던거라고!!
근데 왜 씨발 지가 날 꽂아준것처럼 대하는거냐고!!!!

존나 웃긴게 나오미를 다 무서워한다. 제이미 여친이 나오미한테 어떻게 얘기했냐고 물어봐서 그냥 얘기 했다고 했더니 니가 챔피온이라고 한다. 자기는 무섭다고..-_- 예전에 그 호스텔에 있다가 퍼스로 간 제이미 여친 친구 세명이 잠깐 제이미네 왔는데 이미 떠난 애들조차 나오미 만나는걸 두려워했다. 아니 이게 뭐야. 존나 이해 안간다..

핸드폰도 안터지고 시설도 졸라 열악한 호스텔에 살면서 주인장 눈치까지 보면서 사는게 말이되나? 그리고 거기서 정해놓은 어떤 규칙을 어기면 주말에 청소까지 해야한다. 이게 말이 되냐고?!! 여기가 무슨 학교야? 
아. 흥분했다. 암튼...정말 맘에 안드는 곳이다.

여하튼 난 제이미네 집에 들어와서 아주 편하게 잘 살고 있다. 이녀석이 거의 요리사급이어서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배가 나오고 있다.ㄷㄷㄷ
이렇게 여기서 6개월 가량 아무 생각없이 돈만 번 후, 겨울이 오면 내 워킹홀리데이 최종 목표인 스키장 취업을 할 것이다.!!

내 운아. 스키장까지 가보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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